6월 개헌이 끝내 무산됐다. 6ㆍ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려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식물국회가 장기화하며 그 시한(23일)을 넘겼다. 겉으로는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 충돌에 발목이 잡혔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 차가 커서 6월 개헌 자체가 무리한 목표였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9월 개헌을 주장해 온 데다 다른 야당도 대통령 개헌안에 등을 돌린 상황이어서 원천 불능의 과제였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 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했다”며 국회를 성토한 뒤 “개헌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 등으로 최대한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제가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철회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국회가 1년 넘게 정개특위를 가동하면서도 개헌 여론을 담아내지 못한 것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섣부른 개헌안 발의로 야권 반발을 부른 청와대의 책임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제 관심은 개헌 논의 재개 여부다. 대통령이 국회를 강하게 압박하며 밀어붙인 6월 개헌이 무산된 만큼 개헌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내에서도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개헌 논의를 이어 갈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국단위 선거와 동시 투표를 하지 않으면 개헌에 필요한 투표율 50%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등 핵심 쟁점의 타결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모처럼의 개헌 호기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6월 항쟁의 성과인 ‘87년 체제’를 촛불 민의와 그동안의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국민 여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야도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개헌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공방을 중단하고 차선의 개헌 로드맵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한국당이 내놓은 ‘6월 개헌안 발의, 9월 개헌’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현 의석 분포로 보아 여야 합의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하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을 나누는 문제에 보다 전향적으로 임하고, 야당은 선거 유ㆍ불리 차원에서 개헌을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6월 개헌은 무산됐지만 연내 개헌을 대안으로 다시 동력을 살려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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