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남자 대학생이 렌터카 이용
한인타운 인근 번화가서 인도 덮쳐
점심시간대 보행자 많아 피해 커
현지 경찰 “테러 연계 가능성 낮아”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의 한인 거주지역에서 한국 국적자 2명과 캐나다 교포 1명 등 한인 3명을 포함, 총 10명이 숨지는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 15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중상자 중에는 한국인 1명도 포함됐다.
외교부와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쯤 토론토 북부 노스욕 지역 시내에서 흰색 승합차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잇달아 들이 받았다. 차량은 1.6㎞를 질주하며 점심 시간의 여유를 즐기던 수십 명의 보행자를 덮쳤다. 사고 장소가 한국인 유학생과 현지 교포들이 거주하는 한인타운과 가까운 번화가인 데다, 점심 시간을 맞아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도 많아 한인까지 포함된 인명 피해가 컸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고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24일 오후 “우리 국민 피해자는 사망자 2명(남성 1명ㆍ여성 1명), 중상자 1명(여성) 등 총 3명”이라며 “추가 피해 여부를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 희생자와는 별도로 캐나다 시민권자인 동포 1명(여성)도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
외신들은 목격자들을 인용, 사고 차량이 사람으로 북적이던 1.6㎞ 거리를 시속 60~70㎞로 질주했으며 속도를 제어하기는커녕 고의로 행인과 충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토론토 교외 리치몬드힐의 세네카컬리지 대학생 알렉 미나시안(25)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이용한 차량은 렌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정신 질환에 의한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NBC는 “미국과 캐나다 당국 관계자들은 정신병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나시안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에 엘리엇 로저라는 살인범을 언급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 로저는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총격과 차량 돌진으로 6명을 죽이고 14명을 다치게 한 인물이다.
당초 사고 초기엔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캐나다 당국도 테러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하는 분위기다. 마크 손더스 토론토 경찰서장은 “도시는 안전하다”고 밝혔고, 랄프 구달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도 “현재 가진 정보로서는 국가 안보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한 매체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무장 세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지 경찰은 차량이 인도 주변에서 계속 주행하며 보행자를 덮친 점에 비춰, 사전에 계획된 범죄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토론토 서니브룩 보건과학센터의 존 플렌가스 감독관은 희생자 10명을 확인한 뒤 “순수한 대량학살(pure carnage)”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대량 사상자를 낸 사건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어 지역사회도 충격에 휩싸였다. 존 필리온 토론토 시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은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사는 곳으로 이란, 이라크, 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다”며 “화가 난 사람과 마주치는 게 극히 드문 곳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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