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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떠나면… EU 군사대국 자리 노리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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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떠나면… EU 군사대국 자리 노리는 스페인

입력
2018.04.24 17:5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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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브렉시트 이후

아프리카 해역 등 군사 공백 생겨

해상 훈련에 고위급 대거 참관 등

英 대신한 작전 지휘권 확보 나서

伊도 작전권 인수 경쟁에 가담

23일 스페인 남부의 로타 해군 기지 인근 해역에서 스페인 해군의 상륙강습함 ‘후안 카를로스 I’이 납치선박 구조 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타=EPA 연합뉴스
23일 스페인 남부의 로타 해군 기지 인근 해역에서 스페인 해군의 상륙강습함 ‘후안 카를로스 I’이 납치선박 구조 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타=EPA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부의 로타 해군기지. 지중해와 바로 연결된 이곳에 유럽연합(EU) 고위 외교관들이 모였다. 미니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강습상륙함 ‘후안 카를로스I’이 동원된 군사 훈련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훈련에서 스페인의 ‘네이비실’(미국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격인 특수전 부대는 해적에 납치된 선박을 구조하는 작전 장면을 선보였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AV-8B’ 해리어 전투기가 ‘후안 카를로스I’에서 큰 불꽃을 내뿜으며 이륙과 착륙을 반복,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할 때는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훈련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스페인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역내에서 군사적 역할 확대를 위한 쇼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내년 3월 EU를 떠나게 되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소탕을 위한 영국의 EU 작전 지휘권도 소멸하게 되는 만큼 스페인이 이를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지역의 작전권은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스페인 측은 영국의 이탈과 함께 발생하는 EU의 군사적 공백을 자신들이 메우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스페인군 최고위급 장교인 페르난도 알레한드레 마르티네스 장군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발생하는 (군사적) 공백을 우리는 메울 수 있다”면서 “스페인의 국방예산 절반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군사 장비는 정말로 ‘임무’를 원하고 있다. 그들에게 임무를 달라”고 덧붙였다. EU 관리들과 함께 훈련 현장을 지켜본 마리아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스페인 국방장관도 “오늘 훈련은 EU가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데 도움을 줬다"고 자평했다.

나아가 스페인은 이를 토대로 EU 내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의 국방력은 조사 대상 136개국 가운데 19위로, EU 내에서도 프랑스(5위)와 영국(6위), 독일(10위), 이탈리아(11위) 등에 밀려 있다. 하지만 해적 소탕 임무 작전권 인수는 EU 안에서 군사적 입지 확대를 위한 좋은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 노스우드에 있는 EU 해적 소탕 사령부를 로타 해군기지가 대체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코스페달 장관은 “스페인군 작전본부는 아프리카는 물론,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 해결에도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론에서 행동으로 옮기자”고 촉구했다.

속단할 순 없지만, 스페인의 이런 전략은 순조로운 첫발을 떼게 될 공산이 크다. 영국으로부터 소말리아 해역 작전권을 넘겨 받으려는 경쟁에는 이탈리아도 가담할 예정인데, EU 관리들은 스페인과 프랑스가 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안보 분야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하길 원하고 있으나, EU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EU 작전권을 어느 나라가 인수하게 될지는 다음달까지 정해질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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