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양네트웍스, 이젠텍 등 출사표
신약 시판, 개발 중단 잇따르는데
‘물질 발견’ 소식에도 시장 출렁
#2
美 업계 바이오 경쟁력 보고서
한국, 신흥국 선두서 중위로 낮춰
“신약 개발 10~15년 걸리는데
이제 막 진출한 업체들이 과연...”

네이처셀이 만든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조인트스템)의 조건부 시판 허가 불발,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 개발 중단 등 나쁜 소식이 잇따르며, 그간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제약업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대박 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기대감 뒤로 “잔치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거품 붕괴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제약과 별 연관 없는 정보기술(IT)ㆍ자동차 부품기업까지 제약 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생산액은 2006년 11조4,728억원에서 2016년 18조8,061억원으로 10년 만에 63.9% 급증했다. 하지만 전체 의약품 생산액에서 국내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1%에서 2016년 0.9%(1,677억원)로 오히려 줄었다. 안방에서조차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SK케미칼이 1993년 국내 1호 항암신약 ‘선플라주’를 개발한 뒤 현재까지 29종의 국산 신약이 나왔다. 이중 현재 생산되는 건 22종이다. 신약을 내놓더라도 이미 판매 중인 경쟁 약물에 밀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6년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조건으로 27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지만 경쟁신약 타그리소에 밀려 개발 중단된 올리타가 그런 사례다.
눈에 띄는 신약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 기술경쟁력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컨설팅업체 푸가치컨실리엄은 최근 내놓은 ‘2017 바이오의약품 경쟁력 및 투자조사’ 보고서에서 한국을 신흥국 중에서도 선두그룹(싱가포르 이스라엘 대만)이 아닌 추격그룹(한국 칠레 UAE 멕시코 말레이시아)으로 분류했다. 전년도 보고서에서 한국은 선두그룹에 포함됐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민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http://newsimg.hankookilbo.com/2018/04/24/201804241688091393_2.jpg)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신약후보 물질이 임상 1상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성공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정상인 대상 약품 독성 평가(1상)와 환자에게 투여해 효능ㆍ부작용 확인(2상) 등을 거쳤다 해도 임상 3상(더 많은 환자에게 투여)을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절반(41.9%)에 가깝다. 그만큼 신약 개발은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임상 전 단계 물질을 확보했다’는 소식만으로도 투자자들이 몰린다. 코스닥 상장사인 안트로젠의 이성구 대표가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회사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8월 1만8,000원대였으나 미국 임상시험 기대감에 지난 16일 장중 23만8,000원까지 올랐다.
‘바이오 대박’ 기대를 등에 업고 제약과 상관없는 기업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78억원 적자를 기록한 중견 IT 서비스기업 동양네트웍스, 자동차 부품업체 이젠텍이 최근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정보보안 전문기업 닉스테크는 아예 회사명을 바이오닉스진으로 바꾸고, 바이오신약 개발ㆍ판매를 사업 분야에 포함했다.
국내 한 대형제약업체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10~15년, 1조원 이상의 개발비용이 드는데 이제 막 진출한 업체들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늬만 바이오 업체인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고, 막연한 신약개발 기대에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상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무엇이 진짜 거품인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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