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손턴 국무부 차관보 대행
한반도본부장과 비핵화 등 협의
“한반도 모멘텀 위해 긴밀 공조”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지명자)이 24일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방한 중인 손턴 차관보 대행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비핵화 해법 등을 협의한 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거론한 4NOs(북한의 정권 교체, 붕괴, 흡수 통일을 바라지 않고, 북한을 공격할 뜻도 없다는 뜻) 원칙이 유효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 그것은 여전히 분명한 우리의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의 목표로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4NOs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작년 8월 틸러슨 당시 장관이 브리핑에서 처음 밝힌 미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틸러슨 전 장관이 지난달 전격 경질되면서 이 입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다.
남북ㆍ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4NOs가 유효하다는 사실이 미 외교당국의 핵심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건 상당히 의미 있는 대북 메시지다. 이런 입장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비밀 방북 때도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미는 이틀째 고위급 외교 당국자 협의를 이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손턴 대행은 우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을 만나 현재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준비 동향 및 한반도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런 모멘텀(동력)을 계속 유지ㆍ강화해 나가기 위해 양국이 더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두 사람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최단기에 달성하는 방안과 이에 상응해 추진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도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본부장은 이날 회동 모두 발언을 통해 “앞으로 몇 주, 몇 달이 북한 비핵화의 기반을 다지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다양한 급에서 최대한 긴밀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손턴 대행은 이번 방한과 관련, “한미 양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언제나처럼 매우 긴밀히 조율ㆍ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심도 있는 조율을 계속하자”고 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은퇴한 뒤 한반도 업무를 총괄해온 손턴 대행과 이 본부장의 이날 회동은 사실상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다. 전날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윤순구 외교차관보 등이 각각 손턴 대행과 회동하고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전날엔 한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협의도 이뤄졌다. 이 본부장은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기 위해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북한의 전향적 움직임을 완전한 비핵화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3, 24일 이뤄진 이번 한미, 한일 간 협의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및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등을 위한 미ㆍ일 등 관련국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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