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신뢰 강조
“실은 메콩강에 악어가 없대요. 그것처럼 남과 북 모두 서로의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허상부터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2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의 말이다. 28일 103주년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을 앞두고 마련한 자리였다. 27일은 남북정상회담이다. 어느 종교에게나 남북화해는 중요한 주제지만, 민족종교로서 원불교는 특히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한 원장은 탈북 다큐멘터리 영화 ‘메콩강엔 악어가 산다’ 얘기를 꺼냈다. 대각개교절을 맞아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법등 축제’를 열고 있는데, 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영화를 상영한다.
“요즘 탈북자들의 70~80%가 중국, 라오스, 태국 루트를 타는데 그 때 브로커들이 탈북자들에게 하는 얘기가 ‘악어가 있으니 메콩강에 들어가면 바로 물려 죽는다’는 거래요.” 우거진 숲, 무더운 기후에 큰 강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탈북 루트를 쫓아가던 이 영화의 결론은 허무하게도 메콩강엔 악어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원장이 알고 지내던 탈북자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악어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악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한다.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개인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등 여러 이유로 브로커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남과 북 모두가 이제까지 체제경쟁 같은 걸 지속해오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악어가 있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남북정상회담 이후엔 남과 북 서로에 대해 만들어 낸 ‘마음 속의 만들어진 신’을 넘어뜨리고, 상호 존중과 신뢰에서 시작해야지요.”
한 원장은 원불교 3대 종사 대산 김대거(1914~1998)의 말을 전했다. “엄혹한 시절일 때 종사님은 이미 ‘멸공보다는 승공, 승공보다는 반공, 반공보다는 용공(容共ㆍ북한 인정), 용공보다는 화공(和共ㆍ북한과 화해), 화공보다는 구공(救共ㆍ북한 구제)’이라 하셨지요. 남과 북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종교인들이 더 큰 완충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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