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 청소에 1급 발암물질이 사용됐다는 청소 노동자의 증언이 나왔다. 비즈니스석 승객이 쓰고 버린 화장품 샘플을 공항 밖으로 갖고 나왔다는 이유로 청소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도 공개됐다. 대한항공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사소한 잘못에도 폭언을 일삼았던 총수 일가가 정작 자신들의 잘못에는 관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청소 하청업체에서 5년간 일했던 김태일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지부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런 사례를 폭로했다.
김 지부장에 따르면 문제의 발암물질은 ‘템프(TEMP)’와 ‘CH2200’이다. 템프의 주성분은 쿼츠라는 1급 발암물질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CH2200은 인체에 장시간 반복 노출되면 장기 손상, 태아와 생식능력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부장은 기내 청소 노동자들이 밀폐된 환경에서 산업용 연마제인 템프를 천에 묻혀 좌석 뒷면에 붙은 플라스틱 테이블을 닦고 CH2200을 분무기로 분사하면서 하루 종일 일했다고 주장했다. 승객들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발암물질이 묻은 테이블 위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청소 때 사용한 약품이 위험한 것인지 청소노동자들은 “아무도 몰랐다”면서 “10년 넘게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장갑을 끼고 일하면 미끄러지고, 식탁 등이 잘 닦이지 않아 관리자들이 장갑을 못 끼게 하고 일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행은 김 지부장이 사내 게시판 한쪽 구석에 붙어 있던 시정 명령서를 찾아낼 때까지 계속됐다. 김 지부장은 “CH2200 교육을 하고 ‘위험하다’라는 문구를 스프레이에 모두 붙여야 하는데 이런 걸 안 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시정 명령서 내용이었다”며 “우리가 (시정 명령서 내용을) 직원들한테 물어볼 때까지 아무도 그 약품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발암물질 피해가 직원들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는 “1년 안에 암으로 퇴사한 청소 노동자가 5명이다. 비행기 유해물질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상태”라고 말했다. 템프와 CH2200은 청소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로 지난해 7월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
김 지부장은 비즈니스석 승객이 사용하다 버리고 간 화장품 샘플을 반출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례도 공개했다. 그 화장품은 대한항공이 비즈니스석 승객에게 나눠준 것이었다. 김 지부장은 “검색대에 걸렸고, 관세청에선 쓰레기로 판정해 ‘앞으로는 갖고 나가지 말라’고만 얘기했는데 회사에서는 해고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는 각종 명품들을 항공기 부품 등으로 둔갑시켜 세금도 내지 않고 비행기로 실어 나르면서 청소 노동자는 한 번 쓰고 버린 화장품 샘플을 갖고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직원들이 이런 일을 보면서 수근수근 하지만 대항할 길이 없다. 무조건 해고된다”며 씁쓸해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