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해빙 무드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김동연
3대 신용평가사 책임자 면담
“지정학적 위험 완화” 긍정적 평가
외국인들 ‘바이 코리아’ 기대감
“신용도 즉각 상승 어려워” 시각도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 전망이 밝아지면서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리스크)에 억눌렸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ㆍ할인)’ 현상이 해소될 경우 한국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이 재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20~23일 미국 워싱턴에 머물면서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책임자를 각각 면담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경제의 탄탄한 성장세와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는지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정상회담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긍정요소들이 국가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한반도 위기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상황 진전에 따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은 무디스와 S&P에서 상위 3번째(무디스 Aa2, S&P AA), 피치에선 상위 4번째(AA-)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받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이들 기관 모두로부터 투기등급을 받았던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노력으로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해왔지만, 2006년 북한 핵실험 개시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신용등급 상승 속도는 더뎠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국가 신인도 향상의 악재를 떨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폭 해소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바이 코리아 열풍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경제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국제신용등급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다”며 “정상회담으로 리스크가 완화되면 신용등급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 및 갑작스런 북한정권 붕괴 등이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며 향후 한국 신용등급 상승 조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꼽은 바 있다.
남북 화해 국면이 가져올 중장기적 경제효과 또한 주목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일자리 제공과 인력 이동, 고령화 문제 완화까지 연결될 경우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다 해도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곧바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3대 신용평가사의 현행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모두 사상 최대치여서 당장 이보다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3대 신용평가사들은 여러 변수를 자기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등 평가 기준 자체가 매우 자의적”이라며 “지정학적 위기가 개선된다고 해도 한국GM 구조조정이나 개헌정국 등 경제ㆍ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평가를 유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