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혁명(Fashion Revolution)이란 우리가 입는 옷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부려 만든 옷은 아닌지,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오ㆍ폐수 펑펑 쏟아내는 공장에서 만든 건 아닌지,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패션이라고 멋(과 가격)만 따질 게 아니라 기업ㆍ소비 윤리도 함께 생각하자는 것이다.
오늘(4월 24일)은 ‘패션혁명의 날’이고, 올해는 4월 23~29일이 ‘패션혁명 주간’이다. 영국 시민들이 2004년 시작한 이 행사에 세계 100여 개국 시민단체 등이 동참하고 있다. 섬유ㆍ의류 업종 실태 관련 학술대회나 캠페인을 벌이고, 소비자들은 자기 옷 상품정보 등이 적힌 라벨 사진을 패션혁명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며 해당 기업의 하청 실태나 임금 정보 등을 공유하고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 운동의 계가가 된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참사가 2103년 4월 24일 일어났다. 베네통 H&M 등 글로벌 의류브랜드 하청업체들이 입주한 공장 빌딩 라나플라자가 무너져 1,130여 명이 숨지고 2,500여 명이 다친 사고다. 수도 다카 북동쪽 사바르 지역의 라나플라자는 2007년 4층짜리 건물로 준공됐으나 잇단 불법 증축으로 무너질 땐 8층짜리 건물로 바뀌어 있었다. 외벽 균열이 심해 사고 전부터 불안해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감독 관청도 건물주도, 공장주도 묵살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자들이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2위 의류생산기지(1위는 중국). 약 6,000개 공장에 400여 만 명의 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2012년 말에도 타즈린 의류공장에 불이 나 112명이 숨졌다. 당시 방글라데시 법정 최저임금은 3,000타카(약 3만8,000원)였다.
사고 직후 H&M사 등은 원청ㆍ하청 기업 공장 안전 합의안 등을 마련했고, 정부도 노동법을 개정해 이듬해 초부터 최저임금을 5,300다카(6만8,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노동 환경 및 노동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의류공장이 밀집한 수출촉진지구(EPZ) 노동자는 노조 가입을 못한다. 2014년 최저임금은 지금도 그대로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연맹(SGSF)은 월 최저임금을 1만 6,000다카(약 20만원)로 인상해 달라고 정부 최저임금위원회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패션 혁명은 노동 인권 및 노동자 생존권 운동이기도 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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