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퇴진 요구가 이어졌던 아르메니아에서 세르즈 사르키샨 총리가 취임 엿새 만인 23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아르메니아 국영통신 아르멘프레스에 따르면 사르키샨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가 지도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권 지도자) 니콜 파시니안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의회 제1당인 공화당 소속의 사르키샨은 2008년부터 5년 임기 대통령을 2차례 지낸 뒤 이달 총리로 취임했다. 아르메니아는 사르키샨이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수행 중이던 2015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중심제에서 내각책임제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등지에서는 공화당이 사르키샨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13일부터 연일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200여명의 시위대가 당국에 체포됐다. 시위는 사르키샨의 권력 연장에 대한 반대로 시작했으나 부패와 빈곤 등 ‘실정’ 전반에 관한 불만으로 폭발했다. 의회가 사르키샨을 새 총리로 선출한 밤에는 수도 예레반에서만 전 인구의 1%를 훌쩍 넘는 4만명이 운집했다. 시위 지역도 규므리, 바나조르, 아라라트 등 전국으로 확산했다.
특히 야당인 시민계약당의 니콜 파시니안 대표는 전날 TV로 생중계된 사르키샨 총리와의 협상에서 공개적으로 사르키샨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 또한 사르키샨과의 협상 결렬 뒤 다른 야권 인사 2명과 함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등의 혐의로 구금됐었다. 그러나 파시니안은 이날 사르키샨의 총리 사임 발표에 앞서 풀려났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권력에 집착했던 사르키샨이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 등에 따라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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