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ㆍ호찌민 등 대도시뿐 아닌
푸꾸억 등 관광명소도 가격 급등
“모든 사람이 부동산 중개업자”
정부, 택지ㆍ주택에 재산세 신설
관료 문책 이어 규제 카드 만지작
#1. 호찌민시 투띠엠 지역 250㎡ 남짓한 터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K(45)씨. 그는 “맛집으로 소문나 국수로 돈을 벌고 있지만, 사실 땅값 오른 맛에 힘이 더 난다”며 “땅값 폭등으로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친구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K씨의 땅은 올해 1분기 현재 시세는 우리 돈 41억원(㎡당 약 3억5,000만동ㆍ약 1,650만원)으로 6개월 전보다 125%나 오른 가격이다.
#2. 지난달 말 호찌민시 락찍 지역에서 진행된 아파트 팜 가든 1차 분양(900가구 중 200가구). 순식간에 1,050명이 몰려 하루도 안돼 ‘완판’됐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분양 받지 못한 재수, 삼수 고객들이 몰리면서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 호찌민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던 베트남의 부동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단기 급등세를 기록한 대도시 지역은 그나마 폭등세가 꺾이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제는 그 주변지역으로 투기 바람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호찌민시 주변 남부 지역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23일 현지 매체 뚜이쩨에 따르면 관광명소로 부상한 푸꾸억섬의 경우 지난 뗏(설) 연휴 전 1,000㎡에 25억동 하던 농지 가격이 최근 그 때보다 7배 높은 180억동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중개 업자 반 짠씨는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한 달에 수수료 수입만 수억동(1억동=47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 기술자인 그는 카센터를 열기 위해 들어왔다가 부동산 열풍에 휩쓸려 부동산 중개업자가 됐다. 뚜이제는 “푸꾸억 섬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업자”라며 “부동산 가격 관리에 실패한 관료가 문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본업을 팽개치고 부동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호찌민시 투득에서 30대 트레일러로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하는 응우예 민 호앙 사장은 “지난해 10억동(약 4,700만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토지 보상으로 30억동 이상을 벌었다”며 “이제는 땅을 사기 위해 갖고 있던 엔진(트레일러) 일부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연간 2,000억동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구제조 업체 대표 T씨도 “사업 보다 땅 투기로 더 큰 이익을 낸다”며 “지금은 땅을 사야 할 때”라고 뚜이쩨에 말했다.
호찌민시부동산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열풍은 작년 초에는 2군, 9군, 투 득 등 중심 지역에서 시작됐으나 이제는 인근 혹몬, 꾸찌, 동나이, 롱안, 빈증 등 교외로 번지고 있다. 롱탄국제공항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동나이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특히 가파르다.
부동산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베트남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한국처럼 세금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지난 13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택지와 건축비 7억동(약 3,300만원) 이상 주택에 대해 연 0.3∼0.4% 세금을 2020년부터 부과하는 내용의 재산세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후인 테 유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부동산 열풍에 흥분한 이들이 시장에 달려들면서 가격이 계속 폭등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에 따른 지가 상승은 자연스럽지만, 지금 광풍은 군중심리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각종 세금 인상이 과열된 시장에 대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성주 서우리얼티 마케팅 팀장은 “재산세 부과 추진 이야기는 2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던 이야기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지금 같은 부동산 시장 폭등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실제 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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