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임진각에는 느린우체통이 있다. 온전한 모양의 한반도모형 앞에 통일기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손으로 쓴 편지를 아주 천천히 배달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는 타지의 우체통과 같은 듯 다르다. 임진각은 일반인이 갈 수 있는 대한민국 최북단이다. 한국전쟁 당시 끊긴 다리와 주저앉은 증기기관차가 분단의 현실을 온몸으로 설명한다. 앞으로 사흘 후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드디어 오래된 이 편지가 빛을 볼 기회가 왔나?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라 흉보아도 좋다. 기대감에 편지 쓰는 손이 떨린다. 정녕 이 느린우체통에 담긴 통일기원 편지는 언제나 배달될까. 아무리 느려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랫말에도 쓰여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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