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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배구조개선 경고장… 20조원 전자 지분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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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배구조개선 경고장… 20조원 전자 지분 ‘골머리’

입력
2018.04.23 1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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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재차 언급

뾰족한 매각 방법 없어 고민

일각선 “삼성물산이 매입” 관측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을 직접 언급하며 삼성전자 주식 처리 방안을 자발적으로 내놓을 것을 다시 주문했다. 삼성생명은 연일 이어지는 당국의 압박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 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법률이 (통과)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된다”며 “그 전에 회사 스스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 매각이 어떤 형태로, 어떤 동기로든 진행되면 주가변동을 통해 주주, 금융시장,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 자발적, 단계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도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금융회사가 아무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회적으로 삼성생명을 겨냥한 데서 이날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회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최 위원장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은 해결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지 내부적으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총 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당국의 주문은 삼성 특혜라는 지적을 받아 온 보험업법 개정 전에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중 삼성생명 총 자산의 3%가 넘는 부분을 스스로 팔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총 자산(282조7,138억원)의 3%는 8조4,814억원 수준이다. 현행법상 30여 년 전 취득원가(약 5만원)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삼성생명의 전자 주식 보유분은 5,629억원 수준으로 ‘3% 룰’에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른 업계처럼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시장가치는 27조5,662억원(23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의 주식보유 제한기준을 은행, 증권 등과 마찬가지로 ‘시장가치’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승인될 경우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 규모는 단순 계산으로도 19조원 이상(27조5,662억원-8조4,814억원)이다.

그러나 시가로 20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사들일 주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과정에서 파생할 문제도 적잖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과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권리문제, 이로 인해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에 영향을 주는 문제 등을 감안하면 자체 매각도, 관련 법안 입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보유 중인 전체 자사주(보통주 1,798만여주, 우선주 322만여주)를 2년간 분할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삼성전자 지분 1.4% 보유)의 전자 지분을 합치면 총 9.6%지만, 올해도 삼성전자가 899만여주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두 회사의 지분율은 10%선을 넘게 된다. 현재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없다.

일각에선 자금력을 갖춘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주식을 매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3.4% 소유하고 있어 이 주식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면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자회사 가치도 부각돼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나 이 경우엔 삼성물산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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