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두고서도 미 주류 언론들과 ‘가짜 뉴스’ (fake news)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이민, 감세, 무역 등 각종 이슈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주류 언론들이 사사건건 맞부딪혀온 상황에서 북한 이슈에서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가짜뉴스 NBC의 졸린 눈을 한 척 토드가 우리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은 걸 포기했고 북한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방금 말했다"며 “와,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이 비핵화(세계를 위해 매우 훌륭한 일)와 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윗은 반(反) 트럼프 성향이 강한 NBC를 직접 겨냥하고 있지만 미 주류 언론들이 대체로 북미정상회담에 회의적 시각을 표출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일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를 발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큰 진전”이라며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상당수 매체들은 외교 안보 전문가를 동원해 북한의 동결 선언만으로 부족하다며 비핵화 진정성에 여전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트위터에 “북한과 거래를 성사 짓는 근처에도 갈 수 없었던 전문가들이 나에게 거래를 성사하는 방법을 떠들고 있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라며 못 마땅한 심경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뉴스 공세에 미 언론들은 북한의 발표에는 핵 폐기가 언급돼 있지 않다며 비핵화에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잘못 됐다고 역공을 폈다.
대북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미 주류 언론들의 공방전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한 후 양측의 입장이 묘하게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의 레토릭으로 북한을 위협할 당시에는 상당수 언론들은 “대화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뉴욕타임스 1월 사설) 등으로 대화를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막상 정상회담에 응하자 북한의 덫에 걸릴 수 있다며 북한의 의도를 경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 수락 이후 언론들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자 트위터에 “북한 지도자가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나를 만나기를 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언론들은 몹시 놀랐다.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뉴스들은 가짜가 됐다. 그들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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