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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안 백지화됐지만... 니카라과 시민들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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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안 백지화됐지만... 니카라과 시민들 시위 확산

입력
2018.04.23 16:4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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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료 인상ㆍ독재 피로 겹쳐

26명 사망... 내전 후 가장 큰 규모

한 여성이 11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오르테가 아웃'이라고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나과=AP 연합뉴스
한 여성이 11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오르테가 아웃'이라고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나과=AP 연합뉴스

좌파 성향이지만 적자가 누적된 연금제도 개혁에 나섰던 니카라과 정부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연금보험료 인상에 분노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수십 명이 사망하자 정부가 서둘러 개혁안을 백지화했으나 오히려 시위는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나서 정부와 시위대에 차분한 대응을 호소할 정도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대니얼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성명을 통해 지난주 사회보장이사회가 승인한 제도 개혁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 16일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사회보장기금(INSS)과 관련, 노사 측의 분담금을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은 삭감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당시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19%인 고용주 분담금은 22.5%로 오르고, 노동자의 분담금도 6.25%에서 7%로 인상됐다. 연금 수령자의 월 연금수령액의 5%를 삭감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이기는 하지만, 니카라과 국민 입장에서는 내는 돈은 많아지고 받는 돈은 줄어드는 결과였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격분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가디언은 “국가가 시스템을 잘못 운영한 대가를 국민이 치른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 마나과에서는 상점 수십 곳이 약탈을 당하기도 했다. 정치 평론가인 시릴로 오테로는 가디언에 “우리는 정부 리더십의 부재로 일어난 사회적 혼돈 상황을 보고 있다”며 “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가난과 결부돼 있다”고 설명했다. 니카라과는 중남미에서 아이티에 이어 가장 가난한 나라다.

시위 규모는 역대급이다. CNN은 이와 관련 “약 30년 전 니카라과 내전이 종식된 후 일어난 가장 큰 충돌”이라고 보도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시작된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26명이 숨졌다.

시위대가 21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 불에 타고 있는 바리케이드 옆을 지나가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나과=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가 21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 불에 타고 있는 바리케이드 옆을 지나가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나과=로이터 연합뉴스

억눌려온 독재에 대한 불만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다라 니콜 디아즈(18)는 뉴욕타임스에 “우리의 투쟁은 지금 막 시작된 게 아니다. 거의 12년 간 독재 국가에서 살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고, 시위를 지지하는 피델 모레이라 민주주의ㆍ통치 연구센터장는 “시위대의 최종 목표는 오르테가 대통령과 그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9년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정권을 몰아내고 1984년 처음 권좌에 오른 좌파성향의 오르테가는 2007년 재집권한 후 2009년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2006년 당시 부인인 무리요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남편 대통령ㆍ부인 부통령 ‘ 정권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개혁안 철회 방침을 발표한 후 강경 진압을 다소 누그러트리면서도 배후를 의심하며 시위대를 비난하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대학생 시위대가 유독 많은 것과 관련 “어린애들은 자신들이 조종 당하고 있는 것조차 모른다. 갱단 조직원들이 시위에 개입했고 시위를 범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 혼돈과 범죄를 자행하는 집단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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