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사퇴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6월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하며 더 큰 정치적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이 전 총리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한번도 당 최고지도부로부터 6ㆍ13 지방선거에 관한 말을 듣거나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번 충남 천안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취임 두 달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2015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에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명예회복과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공백이 된 천안병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한국당이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든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함께 ‘거물 올드보이’의 쌍끌이 귀환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앞서 한국당은 천안갑에 길환영 전 KBS사장을 전략 공천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시선은 지방선거 이후로 향해 있었다. 그는 “6ㆍ13지방선거 후에 어떠한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며“제가 직접 나서거나 자질 있는 후학이 있을 때는 그들을 도와서 새로운 당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당권 도전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접겠다”며 “당에서 요청하든 안 하든 단 한 표라도 후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는 “언행의 무거움과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고 일침을 놓으면서도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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