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간 3, 4차례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극비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환대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한 서울발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국장과의 면담에서 “나의 배짱과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비핵화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국장과의 면담 직후에 참석한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도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국장은 지난 1일 첫 면담을 가졌고,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포기 의사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 측은 억류 중인 3명의 미국인에 대한 석방 방침도 결정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국장은 2박3일 일정의 방북 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는 3~4차례 만났고, 북미 간 물밑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김 위원장에게 정책을 제시하는 서기관실장 등과 회담했다. 그러나 양측이 대립한 지점도 있었다. 북한 측은 폼페이오 국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기한을 넣는 것을 거부하면서 국교정상화와 제재 완화 등 보상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북미 간 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북한 측이 정보기관 라인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CIA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북한과 접촉해 왔다. 2012년부터 마이클 모렐, 에이브럴 헤인즈 CIA 차장 등이 여러 차례 방북한 적이 있어 이번 접촉의 기반이 되었다. 아사히신문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 양측 속도를 높여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도 CIA 관계자로 보이는 미 정부 고위 관료가 방북해 회담과 관련한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남ㆍ북ㆍ미’ 3각 정보라인을 가동해 오고 있다. 서 원장은 이번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국장 등 미 당국자 6명은 국정원으로부터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 받은 다음 북한에 들어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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