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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배반 인가… 닐로가 들춘 음원 시장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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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배반 인가… 닐로가 들춘 음원 시장 그늘

입력
2018.04.23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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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가수 ‘닐로’의 곡 ‘지나오다’

소속사가 일반인 게시물로 포장

SNS서 조직적으로 글ㆍ영상 홍보

4주 만에 236위서 3위로 껑충

팬들 “인위적인 순위반등 배신감”

“경쟁 내모는 실시간 차트 바꿔야”

그래픽= 송정근 기자
그래픽= 송정근 기자

최근 음악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무명 가수인 닐로가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멜론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지난 12일부터 21일(일간 차트 기준)까지 1위를 차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노래(‘지나오다’)가 뚜렷한 계기 없이 두꺼운 팬덤을 지닌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와 엑소 유닛그룹인 첸백시, 위너의 신곡까지 제치고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역주행 사건 찾기 어려운 데 순위 급상승”

닐로가 1위에 오르기까지의 수상한 과정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국일보가 멜론과 지니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국가 공인 가온차트에 의뢰해 ‘지나오다’의 순위 역주행 추이를 조사한 결과 3월 넷째 주(18~24일ㆍ236위)부터 이변은 시작됐다. 3위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4주. 팬들이 직접 찍은 무대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 역주행 11주 만에 같은 순위에 턱걸이한 걸그룹 EXID보다 3배 빠른 속도였다. “기존 역주행 곡들에서 나타나는, 역주행을 일으킬만한 직접적인 사건과 계기를 찾기 어려운”(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 이례적인 결과였다.

공교롭게 이 시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지금 역주행 중인 닐로 노래 미쳤다’ ‘닐로 순위 높던데’ 등 닐로 관련 글과 영상이 쏟아졌다. 이중 일부가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엔터테인먼트(리메즈) 관계자들이 올린 콘텐츠였다. 마치 일반인들이 노래가 좋아 자처해서 올린 것처럼 포장해 ‘일’이 커졌다. 구독자 300만여 명을 보유한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라는 SNS 계정엔 지난 1일 ‘훈남이 연습 삼아 불러본 ‘지나오다’ 커버(따라 부르기)’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 왔는데, 가창자가 닐로 소속사 일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에선 ‘역풍’이 불었다. 대형가요기획사의 후광 없이 음악이 좋아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고 1위를 한 줄 알았는데, 순위 반등 전 조직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이뤄진 회사의 SNS 마케팅이 속속 드러난 탓이다. 유튜브를 통해 곡을 접한 강민석(34)씨는 “노래는 좋아했지만, 화제를 인위적으로 일으킨 뒤 1위를 한 것에 대해선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문체부ㆍ음원유통사 사재기 의혹 검토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에 따르면 홍보 주체를 가린 닐로 측의 ‘스텔스 마케팅’이 윤리적으로 비난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 그럼에도 닐로의 역주행 배경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새벽 시간 이례적으로 음원 사용이 증가해서다. 닐로의 노래는 지난 12일 새벽 1시쯤 처음 1위에 올라 2시쯤 정점을 찍었다. 트와이스의 신곡 ‘왓 이즈 러브’ 등 아이돌 노래의 사용량이 줄어들 때 톱3 중 홀로 상승세였다. 리메즈는 “사재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수 천 개의 계정(아이디)을 사 음악을 반복 재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최근 멜론 등 음원 사이트 관계자들과 만나 닐로의 사재기 의혹을 검토했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 업체 관계자들은 ‘사재기 정황은 없다’고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이 회의에 참여한 또 다른 관계자는 “닐로 음원 사용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이상 사용 정황 등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실시간 차트 폐해” “광고 거절하니 ‘악플’ 테러”

닐로의 역주행 논란은 음악 시장의 그늘과 숙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작은 기획사를 운영하는 A대표는 닐로를 둘러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지자 “(인스타그램 유명 계정인) ‘ㅇㅇ 듣는 음악’ 측으로부터 소속 가수 글 올려줄 테니 광고비를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거절하니 ‘악플’ 테러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여러 제작자의 말을 종합하면 SNS 유명 계정은 스텔스 마케팅의 대가로 많게는 500만~600만원을 받는다. 거래를 통해 SNS에서 특정 곡의 인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특정 시간대 집중 마케팅으로 순위가 뒤바뀐다는 건 순위 집계 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음원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외부 자극에 쉽사리 요동치는 실시간 차트가 문제”라며 “일간 단위로 순위를 집계 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 볼 시기”라고 꼬집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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