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의원실은 접근조차 안 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대 대선 당시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주범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가 주도한 온라인 카페 자료 확보에 착수했다. 이는 김씨를 구속(3월 25일)하고도 27일이나 지난 시점이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기간 김씨의 기사 댓글 작업에 관여한 의혹이 드러난 이후여서 뒷북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수사팀은 20일 네이버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형태로 김씨가 주도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와 비공개 카페 두 곳 등 온라인카페 3곳의 가입자 정보와 게시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 현재 자료 회신을 대기 중이다. 20일은 김 의원이 2016년 11월 25일부터 지난해 10월 2일까지 김씨에게 인터넷 기사 주소(URL) 10건을 보낸 뒤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김씨가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답을 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김 의원이 홍보를 부탁한 기사 댓글에는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아이디가 대거 발견되고, 다수 기사에서 비정상적인 공감 수 증가가 보이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
이로 미뤄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이 사용된 ‘1월 17일’ 남북단일팀 비방 기사에 한정해 수사를 진행하다 드루킹 조직원의 대선 등 상습적인 댓글 조작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경찰은 김씨가 김 의원에게 지난 3월 3일부터 20일까지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낸 기사 링크 3,190개 분석에 의존해 왔을 뿐 경공모 등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먼산 보듯 하는 사이 김씨 일당은 카페 게시물 공개와 비공개를 반복하며 입맛에 맞는 게시물을 멋대로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 일당의 댓글 조작 근거지인 경기 파주시 소재 출판사 느릅나무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실시, 인근 폐쇄회로(CC)TV와 주변 차량 두 대의 블랙박스 영상, 사무실에 있던 이동식저장장치(USB) 1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언론의 부실 압수수색 지적이 있고 난 다음에야 핵심 증거물 확보에 나선 것이다. 체포 당시 김씨 등이 화장실 변기에 버린 USB 외에 또 다른 USB가 사무실에 버젓이 있었는데, 이를 놓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사이 김씨 일당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출판사 건물 맞은 편 CCTV는 김씨가 체포(지난달 21일)된 이후 녹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드루킹과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 측에 대해서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인터넷 기사주소를 보내고, 김 의원 보좌관과 드루킹 측간의 돈 거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은 사무실 등 김 의원 측에 대한 압수수색은커녕,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어 정권 눈치보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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