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열흘 만에 공식사과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 신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보임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하고
준법위 구성해 재발 방지할 것”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발생한 지 열흘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 전무와 장녀 조현아 사장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고도 밝혔다. 장남 조원태 사장이 맡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도 끊겠다고 약속했다.
조 회장은 22일 대한항공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제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대한항공 임직원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조 회장은 또 물의를 일으킨 조 전무를 대한항공 전무직을 비롯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에 복귀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마찬가지로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기로 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조 전무는 비상장사 정석기업과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 3곳의 대표이사와 싸이버스카이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상장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칼 전무, 진에어 부사장 등 3곳의 미등기 임원으로 올라 있다. 7개 계열사 임원직은 30대 그룹 오너 3, 4세 중 가장 많은 직책이다.
조 회장은 한편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대한항공에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사 사태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잇단 갑질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되더라도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항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계속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석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한항공의 경영과 더불어, 대내 소통과 화합을 담당할 것”이라며 “석 부회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까지 될 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번 결정은 조 전무의 개인적 일탈로 취급되던 갑질 논란이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관세 탈루와 미국 국적인 조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선임 비리 등 전방위로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조 전무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외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파문이 계속 확산되자 ‘땅콩 회항’ 때처럼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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