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반응이 한반도 정책에 대한 두 나라의 평소대로 성향대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국은 크게 환영하며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반면, 일본은 북한의 숨은 의도에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은 22일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을 내세워 미국에 ‘상응한 조치’를 촉구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북한은 핵 보유로 큰 대가를 치른 만큼 국가 안전과 대규모 경제 지원이라는 확실한 이익 없이는 핵 포기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부 대북제재 취소를 건의하고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나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명확한 약속으로 진정성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도 대북제재 축소나 군사훈련 중단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유엔 안보리도 대북제재를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 동시진행)이 북핵 문제 해결의 현실적인 방안임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 21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서도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수준 향상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면서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비핵화와 정세 완화에 도움을 주며 국제사회의 공통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핵과 대량살상 무기, 그리고 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의 여부”라고 말했다. 향후 대북 대응과 관련해서도 “기본 방침에는 변함 없다”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변화와 대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협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본 방침에 따라 미일, 그리고 한미일 3국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장관도 미국 방문 중 북한의 발표를 듣고 “중ㆍ단거리 탄도미사일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 없고 핵 포기에 대한 발언도 없다”며 “만족할 만한 발표는 아니다”고 경계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을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찔끔찔끔 양보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등의 대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핵 보유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도쿄(東京)신문도 “북한이 핵 포기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사설에서 “‘자국에 대한 위협이 없는 한 핵 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발표는 핵 보유국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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