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물러나고 미겔 디아스카넬이 후계자로 새 의장에 취임했다. 쿠바 공산혁명의 수장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이어진 59년 카스트로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쿠바 국민들은 극적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카스트로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쿠바 지도부의 성격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변화’를 의심하는 민심을 전했다. 외부 기대와는 달리 시민들은 수장 교체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심리학자 호세 루이스 아르멘테로스(28)는 “다른 나라에선 대통령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여기서는 누구도 그럴 거라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아바나의 인기 DJ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29)는 “정권이 바뀌는 줄 몰랐다. 대부분 이웃들도 그럴 것”이라며 “무엇이 변하든, 우리에겐 아무 영향이 없는데 그게 중요하느냐”라고 되물었다.
현재 쿠바는 카스트로 전 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해빙 정책과 그에 따른 관광산업 활성화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고, 미국인 관광객 중 쿠바계가 아닌 비율(1분기 기준)이 전년 대비 60%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미국 플로리다에 정착한 쿠바인 이민 후세대와 쿠바 본국의 교류가 잦아진 것이 위안거리다. 게다가 최근에는 쿠바인들의 미국 방문도 더욱 어렵게 됐다.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이 영사 업무를 중단하는 바람에 방문비자를 얻으려면 가이아나까지 가야 한다. 관광 가이드를 했던 나야데 트리니뇨 지노리(44)는 뉴욕타임스에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단체 관광객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트럼프 때문에 내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쿠바의 개방정책도 소극적이다. 2010년 관광 산업 활성화를 노리고 201개 직종에 사기업 영업을 허가한 뒤 쿠바 노동력의 12%인 58만명이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숙박과 레스토랑 업종에 대한 허가증 발급을 중단했고, 12월부터는 한 기업체가 한 업종만 담당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표면상 탈세 방지가 목적이지만 지나친 경제 개방이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산당의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도에 싹이 꺾인 개방정책 때문에 아바나 시내에는 과거와 미래가 교차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체 인구 1,150만명인 쿠바에는 휴대전화 보급이 500만대를 넘었으며, 아바나 시내에서 2년 전부터 공공무선 인터넷 핫스팟(hotspot)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신문은 동시에 아직도 거리에는 1950년대 만들어진 미국 쉐보레와 포드 차량이 흔하고, 쿠바인들은 때때로 달걀이나 감자, 화장지 같은 생필품 부족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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