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서 약 50.5㎞ 떨어진 홍도는 ‘갈매기섬’이라고 불린다. 천적이 거의 없고 먹이도 풍부해 5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살게 되면서 국내 최대 갈매기 번식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괭이갈매기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는 철새들이 쉬어갈 곳이 줄어들게 됐다. 정부가 2014년부터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복원 사업에 나서면서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홍도에서는 번식기를 맞아 약 5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산란을 준비 중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홍도는 면적이 9만 8,380㎡, 해발고도가 113m인 무인도로 지난 2000년 환경부 특정도서 제27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괭이갈매기만큼이나 작은 철새들에게는 주요 중간 기착지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철새들의 기착 공간이 줄어들게 된 것은 2002년 홍도 등대 관리 숙소가 철거되면서부터다. 철새들이 이용하던 관리 숙소마저 괭이갈매기가 점령하게 됐고, 괭이갈매기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철새들을 공격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4년부터 철새들이 괭이갈매기의 간섭 없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횃대와 관목림, 대나무 덤불 등으로 쉼터를 만들고 쉽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물웅덩이를 설치하는 ‘홍도 철새 중간 기착지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러한 노력으로 2014년 흑두루미, 노랑배진박새, 붉은부리찌르레기 등 3종의 철새가 새로 발견됐고 지난해 기준 총 154종의 조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총 518종 가운데 30%에 해당한다.
이수식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홍도에 괭이갈매기와 철새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홍도를 비롯해 섬 생태계의 자연자원 보전ㆍ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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