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성폭력수사 마스터’
대구 달서경찰서 곽미경 경감
‘다시는 저를 볼 일이 없을 겁니다.’
최근 대구 달서경찰서 곽미경(50ᆞ경감) 여성청소년수사팀장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발신자를 보니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하다 곽 팀장에게 3차례나 붙잡혀 조사받던 여성이었다. 불우한 가정형편 탓이었다. 곽 팀장은 심리치료와 긴급 생활비 지원에다 직업훈련도 지원했다. 이 반가운 문자 메시지는 1년간 공을 들인 결실이었다.
곽 팀장은 국내 경찰관 중 유일한 ‘성폭력전문수사관 마스터’다. 성폭력전문수사관 자격 인증 후 5년간 성폭력 수사와 교육, 연구 실적이 두드러져야 가능한 직책이다. 지난해 10월 전국의 성폭력전문수사관 45명 중 유일하게 마스터로 뽑힌 그는 “청소년과 여성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수사도 중요하지만 예방을 통해 범죄율을 낮추는 것이 경찰의 책무”라고 말했다.
곽 팀장이 여성청소년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2005년 여름 절도 혐의로 입건된 중학생 때문이다. 경미한 사건이라 훈방했지만 집으로 가기를 꺼렸다. 귀가길에 동행해보니 부모가 문을 걸어 잠그는 등 문제가정이었다. 그는 몇 년 후 소년원을 밥 먹듯 드나드는 비행 청소년이 되어있었다.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범죄의 나락에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피해자를 위한 지원 시스템은 형식에 불과했다. 이에 곽 팀장은 직접 부딪히기로 했다. 사회복지학, 심리학 교수와 전문가를 찾았다. 심리상담사와 학교폭력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유별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곽 팀장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있다. 곽 팀장은 “5년 전 호기심으로 오토바이를 훔치다 특수절도로 입건된 종환(가명)이의 사정이 딱해 신원보증인을 찾아 교정교육까지 받게 했더니 훈방조치된 적이 있었다”며 “까맣게 이 일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해 겨울 종환이가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했다며 찾아와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해 5년 만에 학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여성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한 성폭력 관련 강연도 600건을 넘긴 그는 지난해 과테말라에서 2주간 성폭력 관련 수사기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그는 “성폭력이나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최고의 범죄예방 대책”이라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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