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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없는 리더십, 벼랑 끝의 황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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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없는 리더십, 벼랑 끝의 황선홍

입력
2018.04.21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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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나아진 게 없어 죄송…”

박주영 SNS 글 논란 확산에

“재발 땐 책임 묻겠다” 강경 대응

4월 3연전 팀 분위기 분수령

벤치에서 경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황선홍 FC서울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벤치에서 경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황선홍 FC서울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계속 못 이기면 선수들이 감독 말을 듣겠습니까? ‘승리 없는 리더십’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모 감독이 한 말이다.

프로스포츠에서 1~2패는 병가지상사다. 그러나 패배가 장기화되면 감독 ‘말발’이 안 먹힌다. 감독은 선수 선발과 출전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갑’이지만(특정 선수가 특별히 스타플레이어인 경우를 제외하면)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달라진다. 선수들은 팀이 깊은 부진에 빠지면 책임지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사령탑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이 위기다.

올 시즌 초반 7경기에서 1승3무3패로 10위다. 황보관(53) 전 서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110일 만인 2011년 4월 26일 자진 사퇴할 때도 1승3무3패였다. 황보 전 감독은 서울 역사에서 성적 부진으로 중도에 물러난 유일한 사령탑이다.

박주영이 SNS 남긴 글. 박주영 인스타그램
박주영이 SNS 남긴 글. 박주영 인스타그램

돌발악재도 터졌다.

공격수 박주영(33)이 지난 14일 울산 현대 원정(0-1) 패배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2년 전 부임한 황선홍 감독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그는 이틀 후 또 다시 ‘저는 오늘 팀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팀에 피해를 끼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선수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써 의혹을 키웠다.

황선홍 감독은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선수가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소통하는 문제고 환영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첫 글을 올린 걸 보고 다시 한 번 선수들을 모아 놓고 시즌 초에 한 이야기를 했다. 상황이 안 좋으니까 나쁜 얘기나 행동은 자제하고 서로를 배려해서 합심하며 위기 극복을 하자고 했다”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잊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곤혹스러워하는 황선홍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곤혹스러워하는 황선홍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황 감독은 박주영을 따로 불러 조용히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고참인데다 후배들에게 영향력이 큰 박주영의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이 쪽이 훨씬 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박주영이든 누구든 자신이 정한 원칙에 예외는 없다고 전 선수들 앞에서 못을 박았다.

황 감독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4월의 남은 3연전에서 판가름 난다. 서울은 오는 21일 대구FC(홈), 25일 전남 드래곤즈(원정), 28일 상주상무(홈)를 상대한다. 이 기간 팬들이 납득할 만한 경기 운영과 결과를 보여준다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황 감독은 자신의 결단에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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