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ㆍ캡처 못하고 문자 자동 삭제
텔레그램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5차례 대화를 주고 받은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은 현존하는 스마트폰 메신저 중 가장 보안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15년 테러감시단체인 시테(SITE)를 인용해 33개 메신저 보안등급을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시그널은 ‘가장 안전’(safest) 등급을 받았다. ‘텔레그램’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안전’(safe), 국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카카오톡은 ‘안전하지 않음’(unsafe) 등급에 머물렀다.
여기에는 시그널에는 ‘통화녹음’ 기능이 없어 대화 내용을 남길 수 없으며 보안 설정 등급을 높여 설정해두면 대화 상대방은 물론 본인도 화면 캡처를 할 수 없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가 설정한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대화가 삭제되는 것도 강력한 보안 요소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삭제된 메시지는 각 회사마다 수집하는 기간이 지나면 추후 복구할 수 없을 수준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시그널을 통해 전화를 하면 ‘통화녹음’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더라도 녹음 되지 않는다. 정부 등 제3자가 들여다볼 여지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결국 김씨와 김 의원이 낯선 외국산 메신저를 굳이 이용한 건 그만큼 둘 간의 대화 자체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썼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씨가 주도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해 왔을 것으로도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 김씨가 김 의원 측에 오사카 총영사관으로 추천을 했던 도모(61) 변호사나 최근까지 김씨를 변호하다 사임한 또 다른 두 명의 변호사도 시그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상황에 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외산 메신저라 국내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해도 사실상 확보할 수 없어 추적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정보기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도 지난 2015년, 시그널의 보안성을 인정하며 자신도 사용자라고 밝혔다. 기자가 20일 스마트폰에 시그널을 설치한 결과, 주소록에 있는 2,000여명 중 유력 언론인과 정치인 등 10명 남짓만이 사용자로 등록될 정도로 국내에서는 사용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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