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일시쉼터 등 시범사업
연간 1만여명이나 찾았지만
정부 예산 겨우 1600만원

유나(18ㆍ가명)는 가정폭력 피해자다. 잦은 폭력을 휘두르던 엄마가 던진 물건에 맞아 앞니가 부러졌지만, 엄마는 치료해줄 생각이 없었다. 유나는 집을 나왔고, 지하철 화장실과 찜질방을 떠돌며 노숙 생활을 했다.
유나가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받게 된 것은 2년 전 경기 의정부일시청소년쉼터 ‘포텐’을 찾아가면서다.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을 돕는 아웃리치 요원(거리상담사)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의료비를 지원해줬다. 부러진 앞니와 충치 치료비는 모두 200여만원. 유나는 “앞니가 생기니 자신감도 생겨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19일 의정부일시청소년쉼터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거리청소년 건강지원 정책연구 시범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텐을 찾은 만 14~23세 청소년 143명을 개별 면담한 결과 거리청소년들은 감기(21.4%), 복통(16.4%) 등 가벼운 질환부터 외상(13.1%), 안과질환(12.5%), 치과질환(10.7%), 요로질환(5.4%), 생식기 외상(3.6%) 등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연구팀이 면접조사를 해보니 유나처럼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정상적인 돌봄을 받지 못하고, 오랜 거리생활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질병을 방치하는 등 건강관리에 소홀했다. 얼마 전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에서 탈출한 아영(10대 후반ㆍ가명)이는 30㎝ 거리에서 휴대폰 글씨가 보이지 않던 이유가 선천적으로 홍채 기형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웃리치를 통해 발굴된 후에야 알았다.
문제는 위기 청소년을 찾아도 예산 지원이 적어 제대로 된 의료지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의정부일시쉼터를 포함해 전국 3곳에서 의료특화형 쉼터를 운영하는데, 이중 의정부는 연간 1,6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아웃리치로 발굴된 인원이 연간 1만여명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거리 청소년의 건강 지원을 위해 의료 특화형 쉼터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리청소년의 거리생활이 오래 될수록 회복 비용도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 위기에 즉각 개입하고, 적절한 사회서비스와 연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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