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김혜진 과장
1급 장애 넘어 약가 협상 중책
넓은 화장실 등 회사배려도 도움
“누구나 장애인 될 수 있다는
사회 인식 확산이 중요해요”
“이제는 ‘휠체어 탄 직원’이 아닌 ‘동등한 동료’로 받아들여 주시더라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률(민간 2.9%ㆍ공공 3.2%)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의무고용률 미달 기업이 내야 하는 적잖은 부담금(1명 미달할 때마다 월 94만5,000원~157만3,770원)을 치르면서도 장애인 고용을 거부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특히 대기업은 지난해 이런 의무고용률을 지킨 곳이 고작 19.2%에 그쳐 장애인 취업준비생들을 좌절케 했다. 공공기관 역시 지난해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3.08%에 머물렀다.
장애인 직원의 입장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휠체어를 타는 1급 지체장애인으로 2012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해온 약사 출신의 김혜진(31) 과장은 지난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장애인 직원 채용을 꺼리는 것은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에서 비롯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 과장은 7세 때이던 1994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척수 신경을 다쳐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달린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약가 협상이란 중책을 6년째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김 과장은 “회사에서 처음부터 장애인으로서 어떤 걸 잘 할 수 있고, 어떤 일에는 제한이 있는지 나에게 꼼꼼히 물어봐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이후 앉아서 하는 전화 응대 업무는 다른 동료들보다 내가 조금 더 많이 하고, 대신 외근은 덜 나가는 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이 조직 생활에 완전히 융화하기까지 회사도 상당한 배려와 노력을 했다.“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더 넓은 화장실이 필요한데, 제가 근무하는 층은 남자 화장실 반을 터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 줬어요. 오래 앉아있으면 욕창이 생길 수 있어서 휴게실도 따로 만들어 줬고요.”
충분히 배려하되, 업무에서는 차별하지 않는 장애 친화적인 분위기가 가능한 것은 건강보험공단이 그간 장애인 직원과 일해본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장애인 고용비율이 3.21%로,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몇 안 되는 공공기관 중 한 곳이다. 지난 13일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2년까지 신입 직원의 7~10%를 장애인으로 뽑아 장애인 고용률을 5%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편견을 줄이고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김 과장은 말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88.1%는 질환과 사고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얻었다. “외국에서는 ‘나한테 일어났을 수도 있는 불행이 저 사람한테 간 것’이라는 시각으로 장애인을 본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으로 바라봐 주면 장애인 고용률도 많이 오르지 않을까요?”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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