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청와대입니다” 北 “반갑습니다”
文대통령 책상 위에 직통전화 설치
文대통령ㆍ김정은, 회담 전 통화 예정
“평양입니다.”(북)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 정상 간 직통전화 시험 연결을 위해 전화했습니다. 저는 청와대 송인배 부속비서관입니다.”(남)
“송인배 선생이십니까? 반갑습니다.”(북)
“그렇습니다. 잘 들리십니까?”(남)
“잘 들립니다. 반갑습니다.”(북)
청와대 여민관 3층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핫라인(Hot Line)이 20일 개통돼 첫 시험 통화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 전 핫라인으로 첫 통화를 가질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3시 41분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간 시험통화가 이뤄졌다”며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먼저 전화했고, 국무위 담당자가 받았다”고 밝혔다. 시험통화는 남측이 북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 3분 2초 동안 통화하고, 다시 북측이 남측에 걸어 1분 17초를 통화하는 등 총 4분 19초 동안 진행됐다. 윤 실장은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며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송 비서관이 전화하는 동안 옆에는 윤 실장이 있었고, 문 대통령은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북측에선 국무위 시험통화 담당자가 나섰다.
핫라인은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북측 국무위원장 사무실 내 전화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미ㆍ한중 정상 간 핫라인처럼 보안장치가 마련된 전화기를 사용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 어디에 계시든 통화 연결이 가능하다”며 여민관, 본관 집무실은 물론 관저에서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북측 핫라인 전화기는 평양 중구역 노동당청사 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달 5일 대북특사단 평양 방문 과정에서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정상 간 직접 통화를 하기로 한 바 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인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으나 실제 핫라인 전화기는 국가정보원에 설치됐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이 직접 통화를 하는 게 아니라 남북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정상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사실상 첫 직접통화 방식 운용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책상 위에 북측 김 위원장과 전화를 언제든 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는 것은 분단 70년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정상 간 핫라인은 군사적 우발 충돌 등 위기 상황 때 남북 정상이 직접 상황을 확인해 악화를 방지하고, 중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전망이다.
북측은 통신 협의 과정에서 이번 정상회담 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북측 통신차를 가지고 오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먼저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했다”며 “남북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적극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최근 평양 예술단 방문 때도 북측은 남측 예술단을 위해 휴대폰 10대를 제공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날 핫라인 시험통화도 내일의 협력을 기약하는 인사로 마무리됐다.
“서울은 오늘 아주 날씨가 좋습니다. 북측은 어떻습니까?”(남)
“여기도 좋습니다.”(북)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남)
“그러면 이것으로 시험통화를 끝냅시다.”(북)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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