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성과 없는 가운데 기대감만으로 투자는 위험”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그 동안 북한에 공을 들여온 기업들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남북 경협이 본격화 할 경우 우선권을 가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장 종료 후 건설주인 남광토건과 이화공영, 동양철관, 코아스 등 대북 테마주 4종목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거래소는 특정 종목이 최근 5거래일간 60% 이상 상승하거나 특정 계좌 거래 비중 등이 높은 경우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5거래일간 남광토건은 76.7%, 이화공영은 84.7% 올랐다. 코아스와 동양철관은 같은 기간 45% 이상 상승하고 특정 계좌 매수 비율이 높은 점이 지적됐다. 거래소는 전날에도 고려시멘트와 이화전기, 일신석재, 좋은사람들 등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대북 테마주 가운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예고된 종목은 총 8개로 늘었다. 최근 5거래일간 이들 8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59.2%에 달했다. 거래소는 관찰 대상에 오른 종목의 주가가 열흘 안에 추가로 급등하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 이 경우 신용매매가 금지되고 주가 움직임에 따라서는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될 수도 있다.
8개 종목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 관련주이지만 각 종목의 상승 이유는 제각각이다. 남광토건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철골 공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토목 공사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정상회담이 북한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좋은사람들도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했다. 일신석재는 과거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을 담당했던 세일여행사 지분을 11.25%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가구업체 코아스는 파주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게 급등 이유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 만으로 투자할 경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더구나 남북 대화 이후에도 북미 대화, 3국간 대화 등 여러 관문이 남아 있는 만큼 실제 남북 경협 사업이 가시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간 내 대규모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 이상 최근 상승한 건설, 시멘트, 비료주가 실질적 수혜를 볼 여지는 크지 않다”며 “경협주의 상승은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에 따른 단기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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