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감고당길에 가면 벽면에 새겨진 ‘위 아 영(WE ARE YOUNG)’이란 그림이 행인의 시선을 잡아끈다. 노부부가 입맞춤을 하는 이 벽화는 이미 감고당길을 지나는 연인들에게 ‘셀카 명소’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섬세한 벽화를 그린 주인공이 최전방에서 복무중인 육군 소대장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20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 25사단 소속 원영선(25) 중위는 대학생이던 2013년 재능기부 차원에서 감고당길 벽에 노부부 입맞춤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며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원 중위는 그라피티(벽이나 화면에 페인트 등을 이용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 그라피티 작가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취미 생활로 꾸준히 벽화를 그려오고 있다.
밀라노 거주 당시 현지의 화려한 예술에 매료돼 그라피티 관련 독서삼매경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벽화미술의 세계로 빠져든 것이다. 해외생활 경험은 작품 곳곳에 담겨지기 마련. 그에게 벽화작업은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처럼 즐겁기만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부부 입맞춤 그림이 지워지자 급기야 원 중위가 19~20일 휴가를 내고 상경해 벽화 복원 작업에 몰두했다. 원 중위는 “복원된 벽화를 보는 모든 분들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도움이 된다면 제가 가진 재능을 필요한 곳에 계속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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