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의혹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수행비서에게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대표는 즉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19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이 대표의 전직 수행비서였던 A씨는 “직원이 아니라 하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직원인 수행비서로 입사했지만 회사가 아닌 이 대표 집으로 출근했고, (거동이 불편해서) 취침 때 화장실 가기 힘드니까 요강처럼 쓰는 바가지를 비우고 씻는 일까지 해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비서 대기실에 이 대표가 벨을 누르면 번호가 뜨는 모니터가 있었다면서 “직원마다 번호가 있어서 벨이 울리면 들어가서 하나씩 다 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 같은 경우는 긁어서 줘야만 먹고, 비서가 (멜론을) 가로로 잘라왔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자르지 않았을 경우 혼이 났다”면서 “김치를 물에 씻으라고 하면 씻고, 벨을 눌러서 ‘가스버너 불 줄여, 불 켜’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 대표가 불법적인 지시를 할 때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가 “예전 왕과 똑같았다”며 “(운전을 할 때는) ‘넌 왜 개념 없이 불법 유턴을 하지 않느냐’고 혼내면서 욕설을 하기도 했고, 제주도 가는 길에 가방에서 비비탄 총이 나오자 전화 한 통화로 ‘니가 한 걸로 해’ 해서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갑질 폭로가 나오자 이 대표는 곧바로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통을 느끼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모든 게 제가 부족해 일어난 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저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했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이재현 CJ 회장의 두 살 터울 동생인 이 대표는 CJ제일제당 일본지사 부장, CJ그룹 경영기획실 중국담당 상무를 지내는 등 그룹 내에서 주로 국외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회사인 CJ파워캐스트는 방송 송출, 오디오 매장 방송,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 옥외 광고 등 콘텐츠 관리와 판매, 유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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