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ㆍ청와대 “단순 지지 단체”
대선 한달 전 타후보 집중 비난
선거 영향 준 사조직 의구심도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의 정치조직인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와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에서는 “단순 문재인 대통령 지지 단체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 사조직 아니냐는 것이다.
경공모와 경인선 모두 김씨가 주도한 정치 단체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던 경공모는 2014년 2월 새로운 온라인 카페를 세워 회원을 적극 모집하기 시작했다.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한참이던 2016년 10월 경인선 블로그가 열리면서 2,500명 가량으로 알려진 경공모 회원 대다수가 이곳으로 유입됐다.
경공모와 경인선이 댓글 조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대 대선 한 달 전이었던 지난해 4월부터로 보인다. 당시 김씨는 블로그에 “댓글 기계(매크로 프로그램)와 맞서 싸우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며 선플 및 악플 작업 수법을 알렸다. 경인선도 같은 날 “문재인의 ‘선플 방패’가 되자”며 네이버 뉴스 접근 방법을 홍보했다. 특히 경인선은 대선 당일과 전날 회원들에게 문 대통령 옹호 기사를 언급하는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다른 대선 후보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블로그에 “안철수는 MB세력”이라며 “일주일 간 네이버에서 (댓글 작업으로) 저들과 싸우자”는 글을 올렸다. 이는 경공모가 올해 1월 “5일 간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대대적 네거티브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경인선은 정의당에 대해 “이석기로 유명한 경기동부와 인천연합 세력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는 게시물을 각종 커뮤니티에 퍼뜨렸다.
이 때문에 경공모와 경인선이 대선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불법 사조직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프라인 성격이 강한 경인선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장 여러 곳을 돌며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김정숙 여사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팬클럽의 경우도 회원 개인이 아닌 팬클럽 명의의 조직적 선거운동은 금지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선 경선장에서 정당원인 경우 피케팅 등 조직적 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김씨가 2016년 9월부터 경공모 경인선 등 자신들이 관리하는 그룹 회원들을 상대로 민주당 가입을 권유하고 온라인에서 명단을 수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권리당원 가입운동을 펼쳐 2,200명이 넘는 권리당원을 만들고, 나 또한 가입했다”며 “(이들과 함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모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3년 대법원이 “정치인 팬클럽 오프라인 모임이 인터넷카페 활동과 구분 가능하도록 조직 운영되는 경우 사조직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냈기에, 김씨 일당이 오프라인에서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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