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으로 과도하게 자본이 집중되는 탓에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를 제한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9일 발표한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이후 연평균 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등 ‘물적’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생산요소의 ‘양적’ 확대를 추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생산성 향상마저 부진한 것이다.
보고서는 2006~2015년 상용노동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성 둔화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간 자원배분 효율성이 감소하며 전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매년 0.4~0.7%포인트씩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기간을 2011~2015년으로 좁히면 증가율 하락폭이 1.5~1.8% 포인트에 달했다. 자원배분 효율성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원배분 효율성 악화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자원이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은 대기업집단에서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대기업집단의 자원배분 효율성은 2007년 이후 악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2015년에는 국내 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4%포인트,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3.7%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이 자원배분 비효율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루프홀’(구멍)을 악용한 일감 몰아주기 등 일탈 행위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 자회사의 지분요건 완화 등은 대기업집단과 독립기업간 자본조달 능력의 격차를 더 키울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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