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30분 출마선언 취소 문자
민주당 온갖 억측 속 뒤숭숭
추미애 대표 고위전략회의 열어
‘불출마가 더 부담’ 출마로 확정
친문의원들도 가세 극적 회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6ㆍ13 지방선거 경남지사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발표가 나오기 직전까지 당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김 의원이 전날 주변에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당에 부담이 될 수 없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특히 김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결국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뿐 아니라 친문 의원들까지 나서 정면돌파를 주문하고 김 의원이 뜻을 접으면서 극적으로 불출마 논란이 정리됐다.
민주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김 의원 측이 이날 오전 8시 49분쯤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오전 10시 30분 예정됐던 경남지사 출마선언 및 이후 일정이 취소됐음을 안내 드린다”고 알리면서다. 이에 앞서 8시 30분쯤 박범계 수석대변인 명의로 예정에 없던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오전 9시에 국회 정론관에서 하겠다고 예고했다 2분 만에 다시 취소하는 등 혼선까지 빚었다.
김 의원이 출마선언을 전격 취소한 배경을 두고 온갖 억측이 쏟아졌고, 김 의원 측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혼선이 증폭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남지사 후보 경선을 준비했던 공민배ㆍ권민호 예비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전략공천 하는 문제를 당 지도부가 숙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미 그의 불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얘기였다. 하지만 경남도당은 “김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려는 진주의료원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시위를 예고하는 등 지지자 간의 충돌 우려가 커 일단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며 불출마 선언 가능성을 부인했다. 결국은 뜬소문으로 밝혀졌지만, 오전 한때 수사당국이 김경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오후에 직접 (불출마)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출마로 회군한 것은 여권 내부의 입장 정리에 따른 것이다. 추미애 대표가 긴급 소집해 2시간여 가진 고위전략회의에서는 김 의원의 경남지사 불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방선거 대책을 숙고한 끝에 김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를 확정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당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선거에 불출마할 경우 댓글조작에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선거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여권 지도부의 판단에 김 의원도 동의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 본인은 당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고민이 많았던 건 사실인 것 같다”며 “하지만 당 입장도 그렇고 본인의 결론도 그렇고 출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경수 의원이 성품이 착해서 고민이 많았던 것”이라며 “(댓글조작 사건은) 김 의원이 지방선거 전에 빨리 검ㆍ경 수사를 받고 마무리 지으면 되는 문제다. 당이 감쌀 것도 없고, 다 사실대로 밝혀질 문제”라고 말했다.
친문 의원들도 불출마 논란을 전후해 김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해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경수 의원, 지금은 힘을 내야 할 때”라며 “청탁자의 과거 지지활동과 청탁거절 과정 상에서 빚어진 지엽적인 주장과 사실을 (야당이) 침소봉대하여 공격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우상호 의원도 자신의 온라인 방송에서 “야당의 정치공세가 상식선을 넘었다”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할 타이밍”이라고 김 의원을 옹호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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