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일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택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실버택배’ 정책을 거둬들였다. “특정 아파트의 편의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강경 여론에 부딪히자 중재 움직임을 백지화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택배사와 입주민 간 중재를 통해 기존 실버택배를 활용한 문제 해결을 모색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만을 초래했다”며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택배사가 실버택배 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어 “앞으로 아파트단지 내 택배 차량 통행을 거부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도록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대로 신축되는 지상공원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를 택배 차량이 출입할 수 있도록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은 추진할 방침이다. 또 “노인 일자리 창출과 택배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실버택배 정책도 당장 폐기하지 않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개선 필요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실버택배 백지화는 이날까지 20만 명이 넘어선 ‘실버택배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결정적 이유였다. 청원 제기자는 “택배는 개인이 사적으로 구매한 물건을 배달 받는 서비스인데 여기에 공적 비용이 투입돼야 할 이유가 없다”며 “실버택배 기사 관련 비용은 전액 다산신도시 입주민의 관리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청원에 20만 명이 넘게 참여하면서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이상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의 중재 철회로 향후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은 다시금 주민과 택배사 등 당사자 합의의 영역이 됐다. 앞서 다산신도시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교통사고 위험을 막겠다면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가 낮아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택배 기사들은 배송된 물건을 단지 앞에 쌓아뒀다. 수많은 택배 물건을 차량 없이 손으로 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