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콧망울/콧방울)을 벌름거리며 웃었다.”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콧방울’이다, ‘콧방울’은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사전의 뜻풀이를 볼 때 ‘콧방울’의 기원은 분명하다. 코의 특정 부위가 방울처럼 생겨서 ‘콧방울’이라 한 것이니, ‘콧방울’은 한 영역(코의 부위)을 다른 영역(방울)의 관점에서 표현한 말이다. 이런 표현 방식은 ‘눈두덩’, ‘콧마루’, ‘입꼬리’, ‘귓바퀴’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콧방울’을 ‘콧망울’로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기원이 분명한데도 이런 혼선이 발생하는 건 왜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망울’이 포함된 낱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망울’은 눈알 앞쪽의 두두룩한 곳을, ‘잎망울’은 잎눈이 부풀어서 곧 피어날 듯한 잎을,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를 뜻하는데, 여기에 포함된 ‘망울’은 ‘동그랗게 뭉쳐져 두두룩하고 부푼’ 모양을 나타낸다. ‘망울’의 뜻이 이러하니 경우에 따라 ‘방울’로 나타내는 모양을 ‘망울’로 나타내는 모양과 유사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콧방울’을 ‘콧망울’로 쓰거나, ‘꽃망울’ 혹은 ‘꽃봉오리’를 ‘꽃방울’로 쓰는 것이 바로 그런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규범의 차원에서 보면, ‘콧방울’이 아닌 ‘콧망울’을 쓰고 ‘꽃망울’이 아닌 ‘꽃방울’을 쓰는 것은 표기를 틀리게 한 것이거나 비표준어를 쓴 것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콧망울’을 쓰는 사람들도 ‘망울’을 근거로 그것이 가리키는 부위(콧방울)를 떠올린다는 사실이다. ‘콧방울’이 규범이 된 것은 단지 ‘방울’을 근거로 해당 부위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세력이 약한 말은 틀린 말이 되기 쉽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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