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공언했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두번째 재판에서 “(돈을 받으라는)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국고손실에 대한 공소사실이나 뇌물죄의 사실관계에 대해선 전부 인정한다”라면서도 뇌물 방조죄 부분은 다퉈보겠다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2008년, 2010년 두 번에 걸쳐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김백준)은 이 돈이 뇌물이란 인식이 없었다”라며 “단순히 돈을 집행하는 피고인으로선 ‘이 돈을 받아서 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사회통념상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받을 때 이 전 대통령의 명백한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은 1월 17일 구속 때까지만 해도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상대 동문인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로, 이 전 대통령 정계 입문 시점(1992년)부터 그 일가의 재산과 사생활 등을 관리해 ‘MB집사’로 불렸다.
하지만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 같던 김 전 기획관은 돈을 전달한 국정원 예산관 등과의 대질조사를 거치면서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고, 공판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것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공개적으로 실토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이 같은 진술은 이 전 대통령에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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