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더그아웃 밖 A4 용지로 게시
투^포수 사인 타자에 전달 여부가
전력 분석 정보 공유 판단의 쟁점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사인 훔치기 논란’이 거센 가운데 KBO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시비를 가리기로 했다.
KBO는 19일 “LG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뒤 조만간 날짜를 정해 상벌위원회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LG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의 A4용지를 더그아웃 밖 복도에 붙여놨다. 여기에는 KIA 투수ㆍ포수 간 구종별 손동작 사인을 자세하게 적어놨다.
‘사인 훔치기’를 놓고 그간 선수들 간 가벼운 마찰이나 논란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상벌위가 열리는 건 KBO리그 37년 역사상 처음이다. 직접 증거물이 포착된 데다 논란이 커지고 있어 ‘클린 야구’를 주창해 온 정운찬 체제의 KBO로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를 통해 처벌 및 제재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벌위에서 논의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규정 위반 여부다. KBO규정 제26조에 따르면 벤치 내부, 주루 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을 전달할 수 없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이번 사안이 ‘사인 훔치기’인지, ‘사인 분석 정보 공유’인지를 판단하는 부분이다. 사인 훔치기는 경기장 내 코치나 주자, 혹은 경기장 밖에서 투ㆍ포수 간 사인을 볼 수 있는 제3의 인물이 타석에 선 주자에게 투수의 투구 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다. 누군가가 타석에 선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준 정황이 포착되면 LG에 대한 징계는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투ㆍ포수의 사인을 타자에게 알려주지만 않았다면 A4용지의 내용은 특정 투수의 견제 습관과 투구 동작 시 습관 등을 분석한 정보라고 해석될 수 있다. LG가 “타석에 선 타자에게 사인을 전달하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할 경우 처벌 근거는 힘을 잃는다. 실제로 LG는 A4 용지에 대해 “전력 분석을 통해 주자가 도루할 때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상벌위가 다룰 두 번째 사안은 이번 논란이 KBO리그의 공정성과 품위를 훼손했느냐다. LG가 규정 위반은 피해갈 수 있다 해도 도덕적인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LG 역시 19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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