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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초짜’ 문경은-김선형, ‘타짜’로 우승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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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초짜’ 문경은-김선형, ‘타짜’로 우승 한풀이

입력
2018.04.18 21: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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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DB와 챔프전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DB와 챔프전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니까 청춘이다. 5년 전 문경은(47) 서울 SK 감독과 SK 가드 김선형(30)에게 적합한 표현이었다. 2011~12시즌 각각 감독대행과 신인으로 첫발을 뗀 둘은 두 번째 시즌(2012~13) 큰일을 냈다. 정규리그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44승10패)을 세우며 우승했다.

‘모래알’로 불리던 팀을 하나로 만든 문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코트를 지배한 김선형의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 서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울산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무너졌다.

김선형이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선형이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후 4연패 준우승 굴욕은 ‘비싼 수업료’가 됐다. 문 감독이 이끄는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7전4승제) 6차전에서 원주 DB를 80-77로 꺾고 2000년 처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뒤 18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SK는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먼저 내줘 5년 전 악몽을 되풀이하는 듯했지만 역대 최초로 2연패 후 4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는 기적을 연출했다. 18년 만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극적인 우승에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헹가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챔프전을 관람하고 있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 연합뉴스
챔프전을 관람하고 있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 연합뉴스

문 감독과 김선형은 2013년 정규리그 우승 이후 바닥을 찍고 다시 정상에 올라 더욱 감격스러워했다. 문 감독은 2015~16시즌 9위로 추락했고, 2016~17시즌에도 7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또한 김선형은 2015년 중앙대 재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2015~16시즌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불미스러운 일과 팀 성적 부진이 맞물려 스승과 제자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5년 만에 다시 밟은 챔프전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문 감독은 정규리그 내내 팀 전술의 핵심으로 뛰었던 애런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는 대형 악재를 마주했지만 ‘스몰 라인업’과 ‘3-2 드롭존’(코트 앞 선에 3명, 골 밑에 2명을 세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지역방어)’ 등 다양한 전술로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했다. 시즌 초반 발목 부상 탓에 3개월 넘게 공백기를 가진 탓에 챔프전 시리즈 초반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김선형은 3차전부터 문 감독의 체력 안배로 승부처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3차전에서 시리즈의 대반전을 알리는 역전 위닝샷을 넣었고, 4차전부터 6차전까지 경기 막판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문 감독이 “5년 전 나부터 초짜였고,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지금은 우리 모두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긴 만큼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을 제대로 입증했다.

챔프전 MVP 화이트. 연합뉴스
챔프전 MVP 화이트. 연합뉴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외곽에서 맹위를 떨친 테리코 화이트(28)가 영예를 안았다. 화이트는 최종 6차전에서 팀 내 최다인 22점을 몰아치며 공격을 주도했다. 챔프전 6경기 평균 득점은 25점이다. 문 감독은 “모든 선수가 MVP”라면서도 “화이트가 팀의 구심점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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