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최은희는 ‘빛’을 마지막 선물로 세상에 남겼다. 16일 92세로 별세한 고인이 생전에 각막 기증을 약속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지낸 정선민 감독은 “최은희 선생님이 과거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각막 기증 서약을 하셨다”며 “천주교 신도였던 선생님의 뜻에 가족들도 동의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고인은 남편인 신상옥 감독의 12주기를 치른지 6일 뒤 세상을 떠났다. 신 감독이 타계한 이후 건강이 악화돼 투병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감독은 “별세하기 전까지도 정신이 맑을 땐 직접 화장을 할 정도로 선생님은 평소 자기 관리에 투철하셨다”며 “지난 연말부터 상태가 나빴다 호전되기를 반복했는데 갑작스럽게 떠나셨다”고 애통해했다. 정 감독은 “선생님의 임종 모습은 마치 주무시는 듯 편안해 보였다”며 “고통스럽지 않게 떠나셔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영화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임권택 감독과 배우 문희, 태현실, 윤일봉,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 생전 고인과 인연을 맺은 영화인들이 고인의 가는 길을 애도했다. 고인은 19일 경기 안성 천주교공원묘지에서 영면에 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