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 여대에서 “여자는 대학 가면 안 된다”는 도발적 내용의 광고를 내놨다.
물론 반전은 있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꼬집고 비틀면서 오히려 여자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일본 민영철도 JR 지하철 등에 이번 달부터 등장한 고베 조가쿠인(여학원ㆍ女学院) 대학의 광고가 독특한 내용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자는 대학에 가면 안 된다”는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되는 광고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신한다.
“’여자는 대학에 가면 안 된다, 고 하던 시대가 있었다. 전업주부가 당연했고, 직장을 다니더라도 그만둬야 했다. (중략) 지금 여성의 눈앞에 놓인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들은 배울 수 있다. 이런 당연한 행복을 어떻게 잊을까? (후략)”
“예전에는 ‘여자’라서 가고 싶어도 못 갔던 대학을 지금은 자유롭게 갈 수 있는데, 왜 이 기회를 놓치고 있느냐”는 메시지를 통해 여성의 대학 진학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전 화법이었다. 광고는 유명 연예인 사진이나 현란한 디자인 없이 강력한 반전, 묵직한 메시지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가쿠인 대학 관계자는 “대학 신입생과 졸업생을 향한 메시지였다”고 지난 7일 현지 매체 ‘IT미디어’에 말했다.
관계자는 이번 광고가 올해 조가쿠인의 캐치프레이즈인 ‘난 아직도 나를 몰라(私はまだ、私を知らない。)’ 홍보 차원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가쿠인의 기본 교육 방침은 ‘폭넓은 배움’과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이라며 “뭔가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배움에 대한 생각을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 ‘배움의 자세’를 익히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지난해 6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공모전을 열어 광고 디자인을 확정했다.
광고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뜨겁다. 한 현지 트위터 이용자는 “‘여자는 대학 가면 안 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각 학교가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자칭 지식인들이 진학하는 대학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비판만 할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칭찬만 있는 건 아니다. “마케팅이 자극적이다”, “여전히 여자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가쿠인 대학 관계자는 “모든 일에 정답을 찾을 순 없다”며 “우리 교육 방침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IT미디어에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송영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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