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뭇매에 작심 쓴소리
“서울시가 아리수 페트병을 만들지 말아야 해요. 서울시가 생산한 수돗물은 모든 수도꼭지에서 먹을 수 있잖아요.”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뭇매를 맞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작심한 듯 서울시를 향해 포문을 날렸다. 재활용 쓰레기 문제의 1차적 책임이 환경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특히 대란이 현실화한 서울시에 있는데 환경부에만 비판이 집중된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으로 보인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울시가 전날 수돗물 아리수의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쉽게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리수 페트병을 개선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다. (페트병) 아리수를 생산하지 않으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굳이 페트병 재질을 바꿀 것이 아니라 아예 생산을 하지 말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예전에 시의원을 할 때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페트병 생산을 시작한다고 해서 나중에 폐기물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며 “민간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페트병 생산을) 왜 하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을 꼭 페트병에 넣어 먹어야 하냐”고 반문하며 “페트병에 든 물은 안 먹는 것이 맞다. 그게 문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1차적 책임이 기초자치단체에 있다며 지자체에 대한공세를 이어갔다. 김 장관은 “책임을 떠넘기는 거 같아 말을 못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환경부를 크게 꾸짖은 것도 환경부가 지자체 관리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수거 문제는) 지자체가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지자체에 '이것 좀 해주세요'라고 얘기하는 입장이라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수거업자가 개별적으로 수거 계약을 맺고 있어 지자체들도 지금까지 관리를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김 장관의 문제제기에 일단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감축 생산 등 세부적인 사항은 환경부와 논의하겠다”며 “환경부의 페트병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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