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합동위령제·추도식 후 분향소 철거
이르면 5월초 화재건물에 가림막 설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시민들 덕분에 끔찍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충북 제천화재 유가족대책위원회 류건덕 대표는 18일 “그 동안 장사 피해를 보면서도 고통을 함께 해준 시민들에게 ‘참아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최종 브리핑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시민들의 격려가 버티는 힘이 돼 주었다. 이제 시민들에게 일상을 되돌려 드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화재 참사로 6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에서 침체된 사회 분위기와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노력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18일 제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안전한 도시 제천을 만들기 위해 재발방지 대책에 힘을 모으고 지역경기와 골목상권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이겨낸 대형참사가 제천 역사에서 위대한 시민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모든 시민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제천시는 사고 발생 4개월을 맞는 오는 21일 제천어울림체육센터에서 희생자 합동위령제와 추도식을 거행한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부상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조종묵 소방청장과 일반 시민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희생자 합동위령제 겸 추도식은 시민 사회의 모든 마음을 담아 사회장에 준하는 엄중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합동위령제와 추도식을 거행한 이후 시는 청전동 시민시장실에 마련해놓은 합동분향소를 철거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유족대책위와 협의해 합동분향소를 철거하기로 했다. 이제 고통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화재 건물에는 곧 가림막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시민의 안전과 주거 환경을 위해 이달 말까지 설계를 한 뒤 이르면 5월 초 화재 건물에 가림막을 치는 것으로 경찰·유가족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시의 이 같은 조치는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로 구성된 하소상인연합회는 “화재 건물이 검게 그을리고 유리창이 처참하게 깨진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된 건물 때문에 생업에 지장이 크다”며 대책을 요구해왔다. 제천시민협의회는 시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건물을 사들여 철거한 뒤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천시는 도심 한복판에 방치된 화재 건물을 정비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매입하는 안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예산 확보, 건물주와의 협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는 화재참사 치유 차원에서 각 기관과 기업·단체 등의 후원을 받아 유가족 들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설 참이다.
한편 소방합동조사단은 이날 제천시청에서 화재원인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1월 11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유족대책위의 요청에 따라 1월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세 달 가까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유족대책위가 추천한 전문가 2명과 유가족 2명이 직접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변수남 조사단장은 “조사단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다. 조사단 최종보고서가 다시는 제천 화재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는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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