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이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그룹 기업문화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할만 하다. 특히 단순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노동조합 존재 자체를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7일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방안에 합의하고, 이해당사자들과 세부내용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업체 90여곳에 고용된 8,000여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크다. 인천공항공사는 1만 명 중 3분의 1 정도만 직접 고용했고,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흡수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판결과 상관없이 직접고용 방법을 택했다. 이는 법원 판결이 아닌 노사협상을 통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달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론 ‘노조 와해’ 문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 점,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등이 남아 있는 점 등이 고려된 측면도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 68개 계열사 중 8곳에 10개 노조가 있지만, 타 사업장 노조에 비해 활동성은 떨어진다. 삼성은 이를 두고 ‘비노조 경영’이라고 주장하지만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삼성은 노조 설립을 원천 봉쇄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재계 1위 삼성의 행보는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기업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번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방향이다. 하지만 고용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솟구치는 분쟁의 소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기업이 자체 경영 성과나 전망을 통한 것이 아니라, 눈치보기 식으로 채용방식을 결정한다면 향후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정규직화는 기업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ㆍ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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