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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처럼? ‘차트 역주행’ 그 노래에서 조작의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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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처럼? ‘차트 역주행’ 그 노래에서 조작의 냄새가…

입력
2018.04.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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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김모(필명 드루킹)씨의 댓글 추천 조작에 이어 가요계에서도 순위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돈을 주면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해 가요계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씨는 18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가요계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가수 닐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발라드 곡 ‘지나오다’를 들었다. ‘지나오다’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멜론 차트에서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달 11일 오후 6시 8위로 차트에 진입했고 7시간 만인 12일 새벽 1시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18일 현재 멜론과 소리바다에서 1위, 지니와 올레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주요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음원 사이트 멜론의 가수 닐로 소개 화면. 멜론 캡쳐
음원 사이트 멜론의 가수 닐로 소개 화면. 멜론 캡쳐

가요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의 곡이 몇 시간 만에 각종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발표된 지 오래된 노래가 차트 순위권에 드는 이른바 ‘역주행’을 하려면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거나 노래를 부른 가수가 주목 받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나오다’에서는 그런 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가요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주목했다. 해당 가수의 소속사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 소셜 마케팅의 힘”이라고 밝혔으나 조작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학선씨는 조작 수법으로 사람들이 잠자는 야간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량으로 이용했고, 음악 관련 페이스북 ‘너만 들려주는 음악’ 등 14개 페이지에서 일제히 한 음악을 소개한 것을 들었다. 김씨는 “페이스북, 멜론 등의 유령 계정을 이용해 ‘좋아요’를 눌러 홍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다른 가수들 중에서는 여전히 음반 사재기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순위를 올려 놓으면 ‘실시간 뜬 노래’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때문에 돈을 받고 순위를 올려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문제는 순위 조작이 가요계 건전성을 해친다는데 있다. 홍보의 힘에 편승한 가수가 상위권에 오르면 실력 있는 신인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왜곡된 가요 차트는 역사적 사료의 기능과 가치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김씨는 “지금의 차트를 갖고 20년 뒤에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이야기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내 1위 음원 사이트인 멜론부터 자성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분 뒤의 음악 예상순위를 보여줘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을 1위에 올려놓으려고 클릭을 더 열심히 하게 부채질한다”면서 “멜론부터 실시간 차트를 없앤다거나 이런 문제들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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