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후 처음
중국이 18일 대만해협에서 실탄사격훈련을 벌이자 대만도 긴급경계태세에 돌입하면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미국과 대만 간 밀착이 두드러지는 때여서 양안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오전 8시부터 대만해협과 접해 있는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 앞바다에서 실탄훈련을 진행했다. 자정까지로 예고된 이번 실탄훈련은 보아오(博鰲)포럼 기간 중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의 해상훈련과 지난 12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 해상 열병식에 뒤이은 것으로 규모는 다소 축소됐지만 2016년 5월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실시한 첫 실탄훈련이란 점에서 정치ㆍ군사적 압박의 의미는 훨씬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도 전날 아프리카 순방을 떠난 차이 총통의 지시에 따라 전 군에 긴급경계태세를 발령했다. 육군과 공군은 각각 정보감시망 강화와 감시범위 확대에 나섰고, 해군 함대에는 출동대기 명령이 하달됐다. 미사일부대는 곧바로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했고 공군은 대만해협 상공에서 경계 비행을 실시했다.
중국의 이번 대만해협 실탄훈련은 독립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차이 정권과 대만을 적극 후원하고 있는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위력 시위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관리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의회 공청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공개 지지했다. 또 대만 2인자인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총리)은 자신을 ‘대만 독립론자’로 지칭하며 “대만은 이미 주권독립국가여서 별도의 독립 선언이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으로선 미국과 대만이 밀착 관계를 넘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들이다.
중국은 지난 13일 대만해협에서의 실탄훈련을 예고하며 국무원 대만판공실을 통해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행위도 좌절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미국과 대만을 향해 대만 독립은 절대 불가하며 중국 영토를 한 치라도 건드리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란 경고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냉각기에 접어든 뒤 미국이 통상 분쟁과 함께 대만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실탄훈련은 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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