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10명중 9명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송 스태프들은 사실상 성폭력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18일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가 발표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7%에 달하는 200명이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는 작가, 연출 등 방송제작현장 근로자 중 223명을 대상으로 2월 14일부터 약 2주간 이뤄졌다.
피해 유형(중복응답)으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70.4%(157건)로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이 57.8%(129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도록 강요하는 경우(43.9%ㆍ9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는 회식자리(44.7%ㆍ89명)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방송제작현장 내 개방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답변도 24.1%(48명)에 달했다. 주된 가해자는 방송사 소속 임직원(47%ㆍ87명) 또는 방송영상제작사 등 계약관계를 맺은 곳의 임직원(35.7%ㆍ66명)이었다.
피해자의 80.4%(156명)는 피해구제를 위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참고 넘어갔다. 그 이유(중복응답)로는 고용형태 등 신분상의 열악한 위치 때문이라는 답이 156명(57.7%),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변한 사람이 87명(55.8%)이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방송계 내부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데다 스태프들이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어 성폭력 피해도 만연하다”며 “내부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방송사 사규의 성폭력 관련 지침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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