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1분기 월평균 기준으로 18년 만에 15만명을 돌파했다.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한파가 지속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구직→취업실패→장기실업→구직단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실업자 수는 월평균 118만1,000명이다. 이 가운데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어난 15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으로 2000년(15만9,000명) 이후 최고치다. 이 가운데 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자는 1만9,000명이다. 1년 전보다 51.2% 늘어난 수치로, 1분기 기준으로 2001년(2만9,000만명)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다.
구직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 구직단념자 수는 52만3,400명으로, 1분기 수치로는 조사 기준이 현재처럼 변경된 2014년부터는 물론이고 이전 통계와 비교해도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직단념자는 1년 내 구직경험이 있고 취업의사 및 능력도 있으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등 노동시장 관련 사유로 4주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장기 실업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건설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고용한파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2월 3개월 연속 20만명대에 머물렀던 취업자수 증가폭은 올해 1월 33만4,000명으로 반짝 치솟은 후 2, 3월 각각 10만명대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실업자수는 1월 102만명, 2월 126만5,000명, 3월 125만7,000명 등 3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3월 기준 실업자수는 현행 조사방식을 채택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구조조정과 제조업 취업 한파 등의 영향으로 장기실업 상태에 있다가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근로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일자리는 많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장기 실업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황인웅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장기실업자와 구직단념자의 많은 비중을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일자리가 본인의 기대치에 맞지 않으면 구직활동을 중단(구직단념)했다가 다시 구직시장에 진입하는(실업) 과정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황 과장은 “직장에서 은퇴한 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늘면서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장기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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