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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사전신고ㆍ사후보고’ 깐깐한 출장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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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사전신고ㆍ사후보고’ 깐깐한 출장 규정

입력
2018.04.17 17: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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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부행사 당일치만 숙식비 지원 허용

영국 46만원 이상 지원받으면 무조건 신고

캐나다도 출장 내역ㆍ출처 등 정기 공개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이 2017년 3월 '성장을 위한 클럽' 행사에 지원을 받고 참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 보고서에는 주최자가 장소를 선택한 합리적인 이유와 실제 행사 일정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데, 이들 보고서는 상원 홈페이지의 공공 정보공개란(https://www.senate.gov/legislative/lobbyingdisc.htm)에서 볼 수 있다.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이 2017년 3월 '성장을 위한 클럽' 행사에 지원을 받고 참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 보고서에는 주최자가 장소를 선택한 합리적인 이유와 실제 행사 일정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데, 이들 보고서는 상원 홈페이지의 공공 정보공개란(https://www.senate.gov/legislative/lobbyingdisc.htm)에서 볼 수 있다.

“의원들은 등록된 로비스트나 해외 단체가 지원하는 행사가 하루 동안 진행될 경우, 단 하룻밤 숙박비와 관련 식사비만 지원받을 수 있다. 사정에 따라 이틀 숙박이 필요하면 윤리위원회가 검토해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X의원이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Y행사와 별도의 Z행사에 동시에 가족 1인 동반 여행 지원을 받게 됐다. 이 경우 Y행사 지원을 배우자가 받고, Z행사 지원을 자녀 1명이 받는 방식으로 가족 3명이 여행을 가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원칙이 1인 동반 여행이기 때문이다.”

전체 분량이 400페이지가 넘는 미국 하원의 윤리규정집에는, 하원의원과 보좌관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여행을 갈 경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받을 수 없는지를 매우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기게 되면 의원은 지원받은 비용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외부 지원을 받기 30일 전에 신고하지 않거나, 여행 후 15일 이내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규정 위반이다.

16일 밤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인사 적격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외유성 출장을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선진국 의회는 이런 외유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지만, 업무 목적에 맞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고 규제한다. 또 사후 여행 내역을 보고 받아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각 의원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는 빡빡한 규정과 보고 절차로 의원의 여행을 규제하고 있다. 2006년 로비스트 잭 에이브러모프가 다수의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공짜 여행과 스포츠 경기 티켓 등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하원은 윤리규정을 수정해 로비 단체가 지원하는 출장 상세 일정을 사전에 고지토록 하고 지원 규모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캐나다 상원의원들의 해외 여행 내역을 정리한 보고서는 지원주체와 동반자, 일정과 금액 등을 공개하며 매년 3월에 발간한다.
캐나다 상원의원들의 해외 여행 내역을 정리한 보고서는 지원주체와 동반자, 일정과 금액 등을 공개하며 매년 3월에 발간한다.

미국처럼 상세하지는 않지만, 캐나다와 영국 의회도 의원들이 지원을 받을 경우 이 내용을 신고 받아 공개 고지하고 있다. 영국은 300파운드(약 46만원) 이상의 지원금에 대해 그 성격과 내용이 무엇이든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의원의 해외 출장 내역과 그 자금 출처를 매년 3월 보고서로 정리해 공개한다. 지난해 캐나다 상원의 해외 출장 내역을 입수한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캐나다 상원의원이 중국 공산당 통일선전선동부의 지원을 받아 여행한 사례가 36회”라며 ‘차이나 머니’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을 여행한 캐나다 상원의원 3명은 신고 의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에 휘말려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각국 의회가 의원의 여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규정을 어겼을 때의 징계는 의회 자체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실제 징계로 이른 사례는 거의 없다. 사법기관이 개입할 정도의 중범죄라 하더라도 삼권분립 원칙상 의회 동의를 얻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결국 처벌의 두려움보다는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윤리 규정을 지키고, 필요 이상의 여행경비로 로비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징계 결정이 나면 그 결말은 혹독하다. 미국 뉴욕시 선거구에서 40년 이상 하원의원을 지낸 찰스 랭글(민주) 전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10년 금융기업과 연결된 비영리재단 지원을 받아 카리브해를 여행한 것이 문제가 되자 세입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외에도 지위에 따른 부당이득 등 총 11건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하원의원 333명의 초당적 투표로 ‘견책’ 조치를 당했다. 비록 유권자들은 그를 3번 더 당선시켰지만, 의회 내에서는 통상 야당 최선임의원에게 돌아가는 위원회 야당 대표(ranking member) 지위도 받지 못하고 2016년 불명예 은퇴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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